Wednesday, December 14, 2011

미국 평원을 덮은 옥수수와 우리가 잃어 버린 콜라 맛.

미국 평원을 덮은 옥수수와 우리가 잃어 버린 콜라 맛.

2008년 여름, 미국에 처음와서 정신 없던 시절, 이웃주(켄사스주, 내 거주지 : 미주리주)에 살던 선배의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었다. 처음으로 미국 고속도로를 5시간 운전해서 가는 길인데다, 당시에는 차를 산지 얼마 되지도 않아 크루즈 콘트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몰랐기에 5시간 동안 계속 엑셀을 밟고 있었어야 했고, 당연히 도착해서는 완전히 탈진했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인상 깊었던 것은, 정말 자로 잰 듯한 끊임없이 펼쳐진 직선 도로, 그리고 도로 변에 있는 수많은 옥수수밭이었다. 와이프와 "왜 미국에는 이렇게 옥수수가 많지?"라고 서로 물으며 도로시의 고향 켄사스 시티까지 운전했었던 기억이 난다.

옥수수는 미국 식문화에서-특히 중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작물인데, 실제로 중부에서 고기를 먹을때 보면 옥수수를 구워서 같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굉장히 친숙한 작물이다.하지만, 생각해 보면 옥수수는 남미가 원산지인 작물로 외래작물인데 중부의 드넓은 평원을 이토록 덮은 것을 보면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하면서 그이후 2년을 살아 왔다(게을러서 더 알아보는 것은 하지 않고, 미국하면 옥수수..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작년 겨울에 mba 수업을 들으면서 비로서 이에 대한 답을 얻었다. 세인트루이스에는 세계적인 곡물회사 몬산토의 본사가 있는데(혹은 있었는데...), mba 수업중에 하루는 외부 강사로 몬산토 퇴직 고위 임원이 강연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노신사(영화에서 보는 미국의 날렵한 기업 고위 임원이 아니라, 고집스런 중부사람의 이미지가 강한)께서는 미국 농업의 앞날을 걱정하며 "연방정부의 보조금이 미국 농업을 망쳐 놓았고, 그래서 미국 중부의 드넓은 평원을 옥수수라는 외래 작물이 덮어 버리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 평소에 궁금했던 사안이라 귀를 귀울이게 되었다.

왜 미국의 쇠고기등 육류, 우유, 버터 가격은 야채 가격에 비해 저렴할까라고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왜 미국의 콜라등 가공식품의 단맛은 "설탕"이 아니라 high-fructose corn syrup (HFCS)이라는 옥수수 농축액에서 얻어지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연방정부의 보조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즉, 1) 미국 축산업계의 저렴한 사료 작물에 대한 수요->2) 저렴한 사료 작물인 왜래종인 옥수수에 대한 보조금 지급->3) 시장 왜곡 : a) 적정 규모 이상의 재배 면적 확대, b) 그에 따른 새로운 수요 개발 : (1) 옥수수를 이용한 설탕 대체 물질 개발, (2) 소에게 옥수수를 사료료 지급 (자연상태에서 소는 옥수수를 먹지 않는다) 
이라는 순환 속에서 지금의 드넓은 옥수수 밭이 생겼다는 것이 그분의 설명이었다. 

지나친 단일 작물에 대한 의존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콘 시럽등)가 생겨나면서, 애초에 농업회사에서 시작한 몬산토나 농가를 돕기위해 시작했던 연방정부 보조금이, 지금은 bio 특허기업과 대규모 농가-이들 대부분은 기계화 집중화의 혜택으로 상당히 고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전통적인 농민의 모습과는 다르다-를 도와주는 이상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고 하시며,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치셨다.

지금 미국에서 HFCS-옥수수 시럽이 아닌 설탕이 들어간 콜라를 먹기 위해서는 코카콜라의 경우 1)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병콜라를 비싸게 돈을 주고 사거나 2) 펩시의 throwback시리즈를 먹어야 한다. 펩시의 경우 캔콜라이고 기존 콜라보다 약간 비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지금도 처음 설탕으로 단맛을 낸 콜라를 먹었을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달콤하면서도 깊은 설탕의 맛과 탄산의 조화...여태까지 맛없는 옥수수물을 먹고 있었던 세월이 안타깝고, 미국의 농업 보조금이 없었다면 저렴했을 남미의 사탕수수와 그 재배 농가를 생각하며 안타깝고, 그리고 지금의 미국의 비만문제가 안타깝다.

무조건적인 시장만능주의자는 위험하다. 신자유주의는 나름의 한계가 있으며 시장의 실패가 있는 한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의 실패 또한 위험하다. 정부의 개입은-그것이 비록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폭넓고, 광범위 하며, 농업의 진흥같은 좋은 명분이 있는 경우 수정하기가 쉽지 않고 오랜 기간동안 사회를 바꿔 버린다.

단순히 설탕물의 맛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이 줄어든 이야기이며, 소비자의 건강 (콘 시럽의 인체 유해성/비만에 대한 논란은 지금 미국에서 한창 논의중이며, 각 음식료 업체등은 콘시럽 대신 설탕이나 꿀, 아가베등을 사용하는 건강 식품 프리미엄 라인을 개발중에 있다. 콘시럽의 유해성은 지금 핸드폰의 사용이 뇌종양에 미치는 영향만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다)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농가의 보호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많은 보조금을 볼때, "농가의 보호"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농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보호"라는 점도 같이 고려하여야 하는데, 농가들은 조직된 단체이고 (정치적으로 강력하며) 소비자들의 피해는 잘 보이지 않는 분산된 개인이기에 정치적으로 균형이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다.

한번쯤은 농업 보조금에 대해서 "그 농산물을 먹는 소비자로서의 나의 권리"-"건강"과 "맛있는 음식물을 먹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면, 좀더 만족스러운 식생활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ps. 다이어트 콜라에는 "아스파탐"이라는 인공 감미료가 들어간다. 일단 맛을 기준으로 하면 설탕 콜라가 10, 콘시럽 콜라가 5라면 이런 인공감미료 다이어트 콜라는 1에 불과하다. 건강에 대해서라면, 아스파탐이라는 물질은 몸에 분해되면서 "메탄올"을 발생시킨다. 물론 극히 미량이기때문에 몸에 해롭지는 않으나, 역시 현재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시력장애, 우울증, 자살충동과 상관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선택은 본인 몫이지만, 나같으면 설탕 콜라를 먹고 등산을 하는쪽을 선택하곘다. 그리고 나머지 음료수는 생수로 대체하는 게 좋은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이어트 펩시를 한박스 사 놓았기에 일단은 다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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