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December 30, 2011

한국/미국의 법학 교육 그리고 사법시험/bar exam

한국/미국의 법학 교육 그리고 사법시험/bar exam

한국에서도 법대를 나왔고 미국에서도 로스쿨을 나온 입장에서, 그리고 양 국가의 사법시험/NY bar exam을 경험한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법대/로스쿨 : 


법대- 내가 학부에서 법학을 배웠을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한국 로스쿨로 바뀌기 전이었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의 법대는 1) 법을 가르쳐 주는 곳이고 2) 교수님이 가르치신 것을 잘 받아 적은 후에 이를 잘 암기해서 3) 사례집을 보고 답안 작성 양식을 연습해서 시험을 보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보통 한국 교육이 주입식 교육이고 토론적 비판적 사고를 기르지 못한다는 비판을 내가 다녔던 시절 (94학번이니 벌써 꽤 오래전이다...)에도 있었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맞고 어느 부분에서는 부당한 비난이라는 생각이 지금은 든다.

맞는 부분에 있어서는 토론 문화 자체가 없다는 것과, 틀린 부분에 있어서는 암기는 법학의 특성상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이 부분에 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미국 로스쿨 경험에서 쓰도록 하겠다.

미국 로스쿨

일단 내가 있던 로스쿨이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라고 미국 중부에 있는 한 학년 클래스가 150-200명정도 되는 작은 클래스를 선호하는 그리고 미국의 전통이 많이 남아 있는 학교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내가 경험한 로스쿨은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는 소크라테스 문답법, 그리고 "법"을 가르치는 곳이 아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 곳이었다.

소크라테스 문답법은 기본 전제가 학생이 기본 내용은 다 숙지를 하고, 교수가 질문을 통해서 1) 기본 내용을 이야기 해보라 2) 그럼 그 기본 내용이 지난번 공부한 것과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3) 그 차이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지 여부와 그 근거 4) 만약 정당하다면 다음 사례에서는 모순되는 판결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를 묻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1)은 nutshell 이라고 해서 보통 동양 학생들이나 외국인들이 주로 선호하는 질문인데, 아쉽게도 교수들은 이런 것은 동양 학생들을 잘 안시킨다 (그들도 동양인들이 잘하는 부분-암기과 잘 못하는 부분-자기의 생각-을 잘 알기에 이런 부분은 주로 말많은 미국 학생들을 많이 시킨다).

2-3-4 과정을 보통 한 학생당 하나씩 질문을 하는데, 나의 경우는 악명높은 교수에게 걸려서 40분간 1-4까지 과정을 혼자 담당했던 기억이 있다. 한학기에 두번 당했는데, 그 이후에 영어로 하는 프레젠테이션/발표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어 들었던 경험이 있다 (이른바 특훈 효과인데, 다시 하기는 싫다).

그리고 생각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것은, 법의 내용은 졸업후 Barbri라는 학원 강의를 수강하면 알게 되는 것이니 만큼 기본 생각의 구조, 개념들, 그리고 모순되는 법 개념이 실제 사례에서 어떻게 서로 경쟁하는 지를 중점적으로 가르친다는 의미이다 (주마다 법이 조금씩 다른 현실에서 나온 고육책일수도 있다).

-사법시험/NY bar exam

사법시험과 NY bar exam을 비교하자면 (나는 전자는 2차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고, 후자는 합격한 만큼 냉정하게 모두 체험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법시험의 경우에는 1차 객관식 시험을 통과한 자만이 2차 논문식 시험을 볼 수 있는 반면

뉴욕 변호사 시험은 객관식과 주관식 시험을 합쳐서 일정 총점을 넘으면 합격을 할 수 있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사법시험 2차 시험의 경우-소위 단권화 (교수님들 기본 교과서에 수험용 자료를 넣어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과정)와 답안 작성 기술과 글씨가 중요한 반면

미국 뉴욕 변호사 시험 ("뉴욕바")의 경우 Barbri라는 학원 강의를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듣고, 그들이 거기서 만들어준 단권화 교재를 가지고 공부를 하며, 주관식 답안 작성도 모범 답안집을 보고 공부를 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특히 글씨를 잘 못쓰는 나에게 반가웠던 점은 미국 뉴욕바 시험은 랩탑으로 주관식 시험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인데, 글씨를 잘 못쓰고 영타가 빠른 나로서는 매우 반가운 옵션이었다.

-그래서?

만약 변호사에게 어떤 법령의 내용을 바로 바로 대답할 것을 기대한 다면 한국식 교육이 더욱 좋을 것이고,

변호사에게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다양한 관점에서 준비해 요구하고 이에 대한 답을 기대한다면 미국식 교육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미국 변호사 시험은 자격시험이고 한국의 사법시험은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차이일 것이다.

(신언서판이라고 해서 글씨 쓰는 것이 법조인의 자격중 중요하다면 한국식 사고 방식이 맞는 것이겠고, 경필가를 뽑는 것이 아니라 법조인을 선발한다면 랩탑등을 쓸 수 있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미국식 로스쿨 체제로 개편을 하여 첫 졸업생/변호사 시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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