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anuary 14, 2012

사람을 이해할 수 없어 주식을 선택한 의사_마이클 베리

마이클 루이스의 빅숏이라는 책에는 Dr. Michael  Burry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닥터 베리는 밴더빌트 의대를 졸업하고, 스탠포드 의대에서 신경학 과정의 레지던트 수련중 과감히 그 과정을 그만두고 본인의 scion capital이라는 펀드를 수립한 인물로서 투자업계에서 본다면 이단아적인 인물이다.


닥터 베리의 인터뷰를 찾아 보면 알 수 있듯이, 레지던트 과정을 그만둘 당시에 그도 본인의 미래에 대해서 강한 확신이 있어서 투자의 길로 나아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낮에는 의사 생활을 하고 밤에는 투자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2중 생활을 하다가 수술실에서 선채로 조는 일이 벌어지고, 그에 따라 둘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기로에 몰렸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투자인 측면이 강하다.


안정적인 의사와 불안정 적인 투자 (말이 좋아 투자이지 그는 회계나 재무등의 과목을 수강한 적이 없고 의대등을 거치면서 남은 막대한 학자금 대출이 있었으며, 투자 업계에 대한 인맥등이 전혀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한 투자이다)중에서 과감하게 투자를 선택한 것에는 그의 저주이자 축복인 아스퍼거 신드롬이 큰 작용을 하였다고 보여진다. 아스퍼거 신드롬을 앓는 사람들의 특징은 한가지 분야에 놀라운 집중력과 능력을 보여주는 반면, 근본적으로 사람들과의 교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보여준 놀라운 기억력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엄격히 레인맨은 자폐증이고 아스퍼거 신드롬은 이와 구별되나 이해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닥터 베리는 이 당시에는 자신이 아스퍼거 신드롬을 앓는 다는 것은 알지 못했으나 자신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의사로서 이는 본인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만약 자식을 의사를 시키고 싶다면, 그 아이가 사람들을 만나는데 스트레스가 없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사람 만나는 것이 불편한 사람에게 의사를 시킨다면 그 사람은 현재 우리나라 실정상 하루에 수십명에서수백명 (대학병원의 경우)의 사람을 만나야 하는 스트레스에 평생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필요없는 투자업계쪽으로 나아가는 결정을 하게 되는데, 그에는 그가 그동안 게시판에 올렸던 글들이 큰 힘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2000년 전후하여 한참 IT 버블이 한참일때 당시로서는 비교적 새로운 매체였던  "블로그"에 여러 글을 올렸고, 이는 나중에 White Mountain (버핏이 투자한 보험회사)과 Joel Greenblatt (마법공식이라는 책으로도 유명한 유명한 펀드 매니저)이라는 투자자의 자금을 펀드에 끌어 오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가 블로그를 통해서 최초로 사람들이-특히 주류 투자업계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뱅가드 펀드 및 그 창립자인 존 보글이 글 게제에 대해서 cease and desist order (금지 가처분 명령)를 신청한 것이 계기였다.


뱅가드 펀드의 창립자 존 보글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인덱스 펀드"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대중화한사람이다. 주식 시장이 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이고, 시장은 효율적인 만큼 개개인이 인덱스 (우리로 치면 코스피200이나 기타 코스피 반도체, 은행 지수같은 지수를 생각하면 된다) 이상으로 수익을 내는 -"시장을 이기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전제에서 지수 펀드를 창립하고 이를 파는 것에서 큰 부를 축적한 사람이 존 보글인 것이다.


지금은 찾을 수 없는  닥터 베리의 글을 추정해 본다면, 시장은 비효율적이며, 인덱스 펀드는 효율적이지 않은 투자수단이다 (만약 2006년 말에 인덱스 펀드를 구매한 사람의 투자 결과를 2008년에 생각해 본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관심이 없거나 (회사 규모가 작거나), 다른 이들의 생각을 쉽게 믿고 스스로 검증해 보지 않은 사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함으로써 시장을 초월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장이 효율적인지 (모든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어 있어 개개인 투자자가 시장 지수를 이길 수 없는지) 아닌지에 대한 토론은 매우 뿌리 깊고, 제도적인 논란이다. 
(대다수의 MBA 재무/투자론은 CAPM을 가르치고 있는데, 여기서 베타 값의 정의 즉 리스크=변동성이라는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효율적인 시장 가설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CAPM은 원래 개별 주식이나 포트폴리오의 가격을 계산하기 위한 모델인데, 자세한 내용은 재무관리 책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위의 경영대생을 잡고 물어 보면 공식을 적어 줄 확률이 큰데, 그 공식이 전제하고 있는 효율적 시장과 베타의 의미에 대해서 좀더 물어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결과만을 보자면 존 보글보다는 닥터 베리의 말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닥터 베리는 2000년 후반에 펀드를 창립해서 2007년까지 300%이상의 수익이 났으며 (동 기간에 S&P 500지수는 10% 미만의 수익) 결과적으로 시장을 동 기간동안 이긴 것이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에 있어서 CDS (credit default swap)에 투자한 것과 관련해서 투자자들과의 격한 대립끝에 그는 현재 자신의 펀드를 닫고 자신의 돈만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아스퍼거 신드롬이라는 질병은 그에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구조를 파악할 집중력이라는 축복을 주었지만, 다시 한번 그와 투자자들간의 소통을 가로막았고 이에 따라 막대한 수익에도 그는 믿었던 투자자들 대부분을 잃게 된다.
(CDS는 거칠게 이야기하면 서브프라임 모기가 붕괴할 것에 대비한 보험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매년 일정한 프리미엄을 상대편(여기서는 주로 AIG)에 지급하면  상대방은 특정 모기지 풀이 붕괴할 경우에 이를 보상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근본적으로 파생상품이고 낯설은 부분이기에 자산의 3.27%에 불과한 투자였지만 투자자들은 화를 냈고, 원래 "소통"에 약한 닥터 베리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안겨준 후에도 많은 투자가가 이탈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더이상 투자도 사람들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조용히 자신만의 돈을 운용하면서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의 사이언 캐피탈주소는 다음과 같다. 방문해 보면 2000년도와 2001, 2006, 2008년도 주주서한을 읽어 볼 수 있다. http://www.scioncapital.com/)


로미오와 줄리엣
최근에 읽은 로버트 몬다비의 전기처럼, 그리고 닥터 베리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한 그 이유때문에 실패를 맞게 된다. 어렸을때 읽었던 그리스 비극이 신의 뜻에 따른 "운명 비극"이라면 현실은  세익스피어의 비극처럼 "성격 비극"에 가까운 것 같다. 우리의 인생 자체도 우리의 성격이 불러 일으키는 모습에 따라 때로는 성공도 실패도 따라오는 것 같다.


사람과의 소통에 서툴렀던 의사 마이클 베리-비록 재정적으로 크게 성공하였지만 여전히 투자자들과의 소통에는 실패하였고, 이제 다시 본연의 고독속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는 최근의 인터뷰에서 자신만의 돈을 운영하는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자신의 두 아들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하였다.


안타깝게도 그 아들중의 하나는 역시 마이클 베리와 같은 아스퍼거 신드롬을 앓고 있다. 그 아들도 베리처럼 세상에 나아가는 길을 찾아 애쓸 것이고 또한 상처를 받을 확률이 크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는 자신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아버지가 있으니 좀더 나은 인생이 펼쳐지지 않을까 기원해 본다.


때로는 신이란, 도란, 하늘의 이치란 무섭도록 냉정하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13 comments:

  1. 빅쇼트라는 영화를 보고 찾게 되었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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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재밌네요. 영화를 보고나서 마이클 베리라는 인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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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좋은 글 감사히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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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댓글 남겨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예전에 적은 글인데 이번 영화 덕분에 관심가져 주시는 분들이 계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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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문 때문에 이 블로그를 찾게 되었지만, 다른 글들도 굉장히 날카로운 의견과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 지식으로 작성 된 양질의 칼럼들이네요. 덕분에 좋은 글들 잘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요즈음에는 글을 쓰지 않으시는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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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별로 문제가 안되는 질병이군요. 베리의 문제는 그 보단..2005년이란 너무 이른 시간에 시장붕괴에 투자..2007년6월까지 투자자들의 피를 말렸죠..2년 간 투자자들은 괴로웠고..이에 떠난 것은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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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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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유용한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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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블로그는 익명으로 하는게 좋을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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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마이클 버리의 학부 전공이 경제학인데 '회계나 재무등의 과목을 수강한 적이 없고'라는 말이 신빙성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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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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