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26, 2012

안철수와 힐링캠프_안철수 그는 누구인가?


안철수가 나오는 힐링캠프를 보게 되었다. 예전에 학교에서 책 발간 (영혼이 있는 승부. 2001년)을 기념한 강연에서 처음으로 본 이래, 청춘 콘서트를 거쳐 이제 힐링캠프에서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그 당시는 안철수씨를 보면서 성공한 서울대 출신 ceo가 모교를 찾아 강연하나 보다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유력한 대권주자가 된 것이다.

그때 강연회에서 내가 한 질문은 "외국 백신 회사 ("맥아피"사로 기억된다)가 매수 제의를 하였을 때 왜 거절을 하셨나요?" 였다. 좀더 풀어 쓰자면, 그 인수자금을 가지고 그동안 고생하였던 주주들에게 나누어 준다든지, 아니면 다른 벤처 사업을 좀더 여유있게 할 수 있었을 터인데 왜 거절하였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었는데, 대답은 역시 국내 바이러스 사업을 지키고 외국계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였다 라는 것이었다.

그당시 내 느낌으로는 (벤처 생태계에서 exit plan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지금에 있어서는 더욱더) 이 사람은 아주 애국자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생각에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 (그래서 순수한 만큼 더욱 위험한)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2012년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안철수씨를 볼 때 항상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은 "이 사람의 순수한 마음을 내가 뒤틀어 보는 것이 아닐까?"였다. 이 사람은 "은행 직원에게 어음할인을 받기 위해서 곰보빵을 주는 것" 이외의 "꼼수"는 안하는 사람인데, 내 스스로의 기준으로 이 사람을 뒤틀어 보는 것은 아닐까? 내 스스로의 허물을 순수한 사람에게 뒤덮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 대한 나름의 답은 생각외로 직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의 첫 직장은 금융감독원이다. 즉, 금융감독원에서 소위 말하는 주식 내부자 거래/시세 조종등의 부분을 조사하는 조사국에서 근무하면서 사람들을 조사하는 것이 직장생활이었던 셈이다. 보통 조사국에서 근무를 하고 나면, 눈빛이 날카로와 지고 사람에 대한 불신만 는다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틀린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도, 날카로와 진 만큼 더 정확하게 보게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조사국 일의 내용은, 컴퓨터 시스템에서 잠재적으로 내부자 거래의 위험성이 있는 계좌가 통보되어 온 후에 금융실명법의 예외 조항에 따라 자금을 추적하고 각 계좌 주인들의 관계를 조사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반이고, 나머지 반이 직접 당사자들과 조사실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사람들이 과연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에 매우 혼란스러웠는데,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일을 처리해 나가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누가 이 일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보았는지를 살펴보라"는 것이 내 경험을 통해서 얻어진 지혜이다. 추리소설에서 범인을 맞추는 것에 비유하자면,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사람들의 알리바이를 따라가다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확실한 것은 "누군가가 죽었고, 누군가가 이득을 얻었으며, 이득을 얻은 사람이 범인으로 유력"하다는 사실인 것이다.

안철수씨가 힐링 캠프에서 나와서 한 이야기를 잘 들어보자. 그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무의촌 봉사 경험이나 해외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답을 잘 피해가고 있다. "왜 힐링캠프에 나왔느냐"는 질문에는 책을 탈고하는 것이 자기로서는 하나의 정리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힐링이 필요하다고 하였는데, 이 책 "안철수의 생각"은 안철수 저/제정임 편이다.즉 안철수씨를 제정임씨가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제정임씨가 집필한 것인데, 과연 힐링을 필요로 할 만큼 안철수씨에게 책 집필 과정이 고생스러운 일인지 이해하기 어렵다.오히려 김제동이 이야기한 것처럼 정치적 비전이 담긴 책 출간->힐링캠프 출연 ->책 홍보->대권가도로 보는 것이 결과적인 효과라고 보인다.

그리고 안철수씨가 말했던, 어음깡을 위해서 "은행을 찾아가면서 곰보빵 하나를 들고간 것 이외에는 꼼수를 전혀 안썼다는 부분"은 나에게는 좋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어음을 받는 현실에서 할인은 필수적인 부분이고, 은행에서 할인을 받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안되면 사채업자에게서 할인을 받는 것이 직원의 월급을 주는 ceo입장에서는 오히려 타당한 것이 아닐까?진정으로 직원들을 걱정한다면, 곰보빵이 아니라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어야 ceo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안철수씨의 홍보담당을 하는 직원은 최근까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안철수 연구소 소속으로 되어 있었고, 안철수씨의 개인적인 인터뷰 준비 (서울시장 포기, 박원순씨 지지 회견)도 안철수 연구소 소속 직원들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http://indizio.blog.me/30117659184?Redirect=Log&from=postView).

당시 안철수씨는 이사회 의장으로 주주의 권리를 지켜야 하는 한편 회사에 대해서도 fiduciary duty를 지켜야 하는 입장에 있었음에도, 본인 개인의 정치적 행보에 회사의 자원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였다. 코스닥 업체들의 현실을 볼 때 큰 잘못은 아니나, 본인이 "곰보빵" 이외의 "꼼수"없이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힐링캠프를 본 인상을 말하자면, 그리고 안철수씨의 개개의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잠시 떠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모습만을 보면, 질문->관련적은 감동적인 에피소드->다른 화제로 이동이라는 공식이 계속 진행되는 1시간이었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본 힐링캠프속의 안철수씨는 분명히 좋은 학벌에 열심히 살았고, 많은 봉사활동을 하였으며, 회사 ceo로서도 성공하였고 교수를 거쳐 이제는 대권에 도전하는 훌륭한 한사람의 모습이었다. 이 사람이 살아온 결과만 본다면 굉장히 성공 지향적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우리가 보는 안철수씨는 얇은 목소리와 겸손한 태도 아름다운 에피소드로 이런 모습을 인식하기 힘들다.

내가 지적한 모든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안철수씨는 매력적인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내가 우려하는 부분은 본인이 "곰보빵 이외에는 꼼수를 부리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절대적으로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큼 정치에서 위험한 사람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스스로 고결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들은 파트너가 아닌 가르침의 대상이 되고 만다.

그리고, 결과로만 보았을 때, 그리고 주어진 사실들을 놓고 볼 때, 안철수씨는 성공한 사업가이지 본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순결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정도의 흠집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묻는다면, 그 흠집이 작은 것은 맞지만 "그 흠집이 없다고 주장하는 태도가 문제"라는 것으로 답을 하고 싶다.

그러면 이글을 쓰는 나는 박근혜씨를 지지하는가? 나는 박근혜씨는 자신만의 생각을 찾기 힘들다는 점, 사람들과 함께 무엇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는 점, 보통사람들과의 접점이 너무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아쉽다고 생각한다.

이글을 쓰는 목적은 힐링캠프속의 안철수씨는 "성공한 사업가로서 대권도전을 노리는 준 정치인"이지 "사업을 하면서도 곰보빵 이외의 꼼수는 쓰지 않는" 성인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안철수씨를 성공한 사업가로서 대권도전을 노리는 준정치인으로 보고 나머지 대권주자를 볼 때,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p.s. 강용석 전 의원의 안철수씨에 대한 의혹중, bw(전환사채) warrant의 제3자배정에 관련한 부분은 그 당시의 안철수 연구소 공시자료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삼성의 편법 상속이래로 널리 이용되는 이 기법에서 안철수 연구소라는 회사도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 보인다.

2 comments:

  1. 지금의 자동차(자가용)시대의 선구자인 헨리포드는 자신의 이름을 건 포드사를 만들었고, 철도 재벌 밴더빌트가는 밴더빌트 대학을 만들었죠. 자신이, 가족이 하는 일에 자신의 이름, 집안의 성을 걸고 자부심을 가질수 있는 이러한 네이밍을 좋아합니다. 안철수연구소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자신의 이름을 걸고 회사를 키워가는 모습이 좋았습니다.(한국에서는 이전에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가 쓴 책도 읽었고, 방송 출연한 모습도 몇번 접하면서 스토리가 있는 사람이다면서 팬이 되었었죠 "I was"

    저도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씨를 봤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1. 자신은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한번도 이름을 남기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하면서 회사이름과 최근 출간된 책을 비롯 자신의 손길이 닷는 모든 것에 자신의 이름을 앞세우더라구요. 2. 기업가였던 자신은 우유부단하지 않다고 자부하면서 실패가 두려워 자신의 소신보다 지지도 검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yes, no가 분명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는(지금껏 별다른 실패없이 성공한 사람이기에 신중하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사람이 큰 일을 결정해야하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사람의 말보다 작고 사소한 행동에서 많은 걸 보았습니다. 행간을 읽어야 그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죠. 정치인은 여우가 되어야합니다. 청렴결백하기만한 리더보다는 인척, 아니척하면서 정치와 행정을 잘하는 능력있는 리더가 필요하죠. 하지만 위선은 싫습니다. 그래서 "I was" 입니다. not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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